디펜스 쇼

새로운 무기의 탄생과 발전은 적과 적의 전술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졌다. 제1차 세계대전의 지루한 참호전을 타개하기 위해 전차가 개발됐고, 전차를 막기 위해 대전차 미사일(ATGM, Anti-Tank Guided Missile)이 개발됐다. 그동안 무반동포, 로켓포 등도 운용됐지만 현대전에서 대표적인 대전차 무기라고 한다면 대전차 미사일을 떠올리게 된다. 대전차 미사일은 첨단 유도기술을 이용해 주·야간 공격과 이동 목표 공격도 가능하게 발전했다. 이번 호에서는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의 탄생과 발전 과정, 그리고 최신 트렌드 등을 살펴본다
| | 전차의 천적 탄생 | |
대물 저격총, 무반동총, 로켓 발사기와 같은 대전차 무기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전차포는 보병이 운용할 수 없었고, 대물 저격총은 전차 장갑이 두꺼워지자 효용성이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보병이 운용한 대전차 무기는 무반동포와 로켓 발사기 정도였다. 이 무기들은 전차는 물론 각종 장갑차량과 벙커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후폭풍과 섬광으로 인해 적에게 노출되기 쉽고 직사무기이기에 발사 전에 발각될 위험도 높았다. 게다가 움직이는 전차를 명중시키려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야만 했다.
대전차 미사일은 유도기능을 활용해 움직이는 전차도 파괴할 수 있고, 발사 후에도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어 사수의 생존성도 높였다.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대전차 미사일은 프랑스의 SS-10이다. 194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1950년대 초반부터 운용됐다. 네모난 운반 상자에 담긴 미사일은 중량 15kg, 사거리는 500~1,600m이며, 비행속도는 80m/s로 매우 느렸다. 하지만 SS-10과 비슷한 시기에 구 소련이 개발한 대전차 미사일인 AT-1이 중동전에서 막강 전력을 자랑하던 이스라엘 전차들을 파괴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 | 전쟁에서 증명된 위력 | |
1973년 10월, 아랍 동맹군이 수에즈 운하를 넘으면서 일어난 제4차 중동전. 발발 초기 시나이반도로 진입한 아랍군 전차를 막기 위해 보병 지원도 없이 진격하던 이스라엘 전차부대는 아랍군의 ‘9M14 Malyutka (나토명: AT-3 Sagger)’ 대전차 미사일 부대의 공격에 이틀 동안 200여 대의 전차가 격파됐다. 이때 입은 피해는 제4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이 입은 인명 피해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당시 운용된 9M14 Malyutka 미사일은 전차의 위력을 신봉하던 국가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작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대전차 미사일이 적 전차보다는 주로 강화 진지나 건물 안에 은신한 적에게 사용됐다.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와의 전쟁, 그리고 예멘 내전에서도 대전차 미사일은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현대 서방제 전차들이 운용 미숙으로 러시아제 ‘9K133 코르넷(Kornet)(나토명 AT-14 스프리간 Sprigan)’ 대전차 미사일 등에 큰 피해를 입었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여러 반군 단체들이 시리아 정부군과 국경을 맞댄 터키군 장갑차량에 대한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주로 미국제 BGM-71 토우(Tow), 중국제 HJ-8 등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는 반군들이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 | 더욱 진화하는 대전차 미사일 | |
대전차 미사일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1세대 미사일은 조작자가 전선을 통해 미사일의 방향을 조작하는 ‘수동 시선유도(MCOLS, Manual Command to Line Of Sight)’ 방식으로 숙련된 조작자가 아니면 정확한 유도가 어려웠다. 무거운 중량 때문에 보병이 직접 운반하기보다는 차량이나 헬기 등에 장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 SS-10, 영국 비질런트(Vigilant), 구 소련의 AT-3가 1세대 미사일에 속한다.
197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2세대 대전차 미사일은 사수가 조준경으로 목표를 조준하면 통제 컴퓨터가 전선으로 연결된 미사일을 목표로 유도한다. 이런 방식을 ‘반자동 시선유도(SACLOS, 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 System)’라 부른다. 2세대부터 전차에서 가장 장갑이 약한 포탑 상부를 공격할 수 있는 ‘탑 어택(Top-Attack)’ 기능이 채택되기 시작했다. 유선 유도 대신 레이저를 이용하는 ‘반능동 레이저 유도(SALH, Semi-Active Laser Homing)’를 채택한 경우에는 2.5세대 대전차 미사일로 구분하기도 한다. 미국의 BGM-71 토우와 러시아의 9M133 코르넷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부터는 미사일의 유도부가 목표 영상을 인식하거나 표적이 내뿜는 적외선을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의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 등장했다. 발사에서 명중까지 계속 유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수의 생존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적외선 추적을 통해 주 · 야간 작전 운용이 대폭 향상됐다. 미국의 FGM-148 재블린(Javelin), 이스라엘의 스파이크(Spike)-MR, 중국의 HJ-12,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궁이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다.
해외 방위산업체들은 4세대 대전차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의 MBDA는 사거리 4km, 광섬유 유도 방식을 채택한 MMP(Missile de Moyenne Port?, 영어로 Medium range missile) 대전차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MMP 미사일은 직접 목표 지정을 하지 않더라도 목표 좌표 입력 후 발사를 할 수 있고, 광섬유를 통해 전달된 영상을 통해 목표를 지정할 수 있다.
| | 대전차 미사일의 구조 | |
대전차 미사일의 구조는 세대별로 조금씩 변화해왔다. 1, 2세대는 미사일 탄두가 바로 앞에 위치하지만, 3세대부터는 미사일 탄체 가장 앞부분에 목표 탐색을 위한 탐색기(Seeker)가 위치한다. 그 뒤로 유도를 위한 통제 장비, 1차 폭발을 위한 선구 탄두, 비행 모터, 주 탄두 등의 순으로 배치된다.
목표 설정은 미사일 발사관과 결합하는 ‘발사장비(CLU, Common Launch Unit)’에서 이뤄진다. 목표 선정, 거리 확인, 공격방법 선정이 끝나면 이 정보가 미사일로 전달되며, 발사 후 미사일 탐색기가 입력된 목표를 확인하고 유도한다. 탐색기는 현대 대전차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데 야간과 위장한 목표 식별이 뛰어난 적외선 영상(IIR) 탐색기를 사용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가격 절감을 위해 주간 전용 가시영상(CCD) 탐색기를 탑재하기도 한다.
| | 네트워크화 · 무인기화로 진화할 미래 | |
현재까지 보병이 운용할 수 있는 대전차 미사일은 발사하는 사수에게 종속돼 있다. 4세대 미사일부터는 직접 조준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좌표를 전송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 통합형 무기로 발전해 발사 요청, 발사 그리고 유도가 모두 원격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대전차 미사일은 무인기(UAV)와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갈 전망이다. 전 단계로 등장한 것이 보병이 운용할 수 있는 소형 자폭형 무인기다. 자폭형 무인기는 2012년 미 육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스위치 블레이드(Switch Blade)’를 시작으로, 이스라엘의 ‘히어로(Hero) 30’ 등이 개발됐다. 현재 개발된 보병이 운용하는 소형 자폭형 무인기는 박격포 진지나 소형 트럭 등 비교적 방어력이 약한 표적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전차처럼 중장갑 목표에 대해서도 공격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도 차량에서 발사되는 중대형 자폭 무인기는 공중에서 전차 상부로 낙하하는 공격이 가능하다.
TIP
대전차 미사일 핫 이슈
1. 대전차 미사일 막는 능동방어 시스템
대전차 미사일은 그동안 강화된 장갑, 반응장갑(Reactive Armour)을 상대하면서, 두 개의 탄두가 탑재된 ‘텐덤(Tendem)’ 탄두를 갖추거나 전차 포탑 상부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요격탄을 사용하여 전차에 다가오는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잡는 ‘능동방어 시스템(APS, Active Protection System)‘이라는 새로운 방패가 등장했다. 능동방어 시스템은 초기에는 대응탄 발사기 방향이 고정되어 있고 전차 측면만 방어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상하 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대응 반경이 넓어졌다.
능동방어 시스템은 위협체를 탐지하고, 대응탄을 발사, 위협이 전차에 닿기 전에 무력화 시킨다. 이스라엘이 메르카바(Mekava) IV 전차에 트로피(Trophy) APS를 장착하면서 처음으로 실전 배치했고, 러시아, 독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등이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창과 방패로 등장한 대전차 미사일과 능동방어 시스템은 앞으로 계속 서로를 발전시켜 가면서 격돌하게 될 것이다.
2. 국산 대전차 미사일 ‘현궁’
한국전쟁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T-34 전차 때문에 크게 고전했다. 이후 북한의 강력한 전차 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대전차 무기를 도입했다. 최근 들어 도입 무기들이 노후화되는 한편, 북한군 전차가 반응장갑을 장착하고 선군호 등 신형 전차를 개발하면서 보다 뛰어난 성능의 대전차 무기가 필요했다.
우리 군 당국은 높아진 위협을 감안해 높은 관통력을 지니며, 사수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거리와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의 3세대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014년 말 개발 완료된 국산 3세대 대전차 미사일 ‘현궁’이다. 현궁은 ‘빛과 같은 화살’, 빠르고 정확한 유도 미사일이라는 의미이며, 영어로는 빛을 뜻하는 ‘Ray’와 번개를 뜻하는 ‘bolt’를 조합한 ‘Raybolt’로 불리게 됐다.
현궁은 전술차량에 장착할 수 있고, 보병이 휴대할 수 있으며 목표의 측면이나 상부 공격을 선택할 수 있다. 미사일은 야간에도 사용이 가능한 적외선 영상(IIR) 탐색기를 탑재했으며, 이동 표적 추적 기능과 발사 후 망각을 위한 자율 유도 기능이 포함돼 있다. 유도탄과 결합하여 목표를 추적, 획득하는 발사장비(CLU)는 가시영상(CCD)과 적외선 영상(IIR) 일체식 유도를 채택했다. 현재는 현궁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 경무장 헬기 LAH에서 운용할 광섬유 유도 공대지 대전차 미사일 ‘천검’이 개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