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사는 법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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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방산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사는 법
LIG넥스원 CI팀 박수정 프로 글. 편집실 | 사진. 김재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우주맥주를 본 적이 있나요? 우주복을 입고 등에 로켓을 단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JUMP UP TO THE FUTURE'라는 카피가 적힌 이 맥주는 LIG와 플래티넘 맥주가 협업해서 출시한 제품입니다.
방산회사가 맥주를 만든 이유, 그리고 정체불명의 캐릭터에 숨겨진 이야기를 우주맥주 디자이너 박수정 프로에게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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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를 알리려면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정의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방산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때 당시 미래기술사업부 무인화연구팀과 인연이 닿아서 연구개발 보조로 제품 설계 디자인 관련 인턴을 했어요. 생소한 분야였지만 3D 디자인과 렌더링으로 가상의 장비를 구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사업에도 흥미를 느꼈는데 디자이너를 뽑을 예정이 없다고 해서 인턴을 마치고 틈틈이 인턴을 했던 기존팀에서 지속적으로 외주를 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다시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인턴 때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입사를 결심하고 2020년에 사업개발팀으로 입사했어요. 입사 후 제안서에 들어가는 렌더링, 방산이슈를 다루는 간행물 L-note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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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맥주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아무래도 방산을 모르는 사람들과 고객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외부 브랜드와 협업해 일반 대중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 선정된 것이 맥주라고 알고 있어요. 제품이 정해지고 패키지 디자인 단계에서 시안을 제작했고 최종적으로 결정이 됐어요.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은 어떻게 접근했나요?

    우리 회사를 알리려면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정의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우리의 미래이자 인류의 미래인 우주로 확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콘셉트가 결정됐고, 제품 홍보가 아니라 우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려면 임직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스원이(SWONI)'가 세상으로 나왔어요.

    동심을 간직한 어린 아이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려왔던 캐릭터에요.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내가 우주에 간다면, 우주선을 탄다면' 하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 상상을 실현시키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캐릭터 콘셉트로 발전시켰어요. 하얀 바탕에 LIG CI 컬러를 사용해서 '하얀 도화지에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우주로 진출하고 미래를 그려간다'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기 쉽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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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맥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억할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맥주가 주류이다 보니 관련 법령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도수, 첨가물, 재료, 유통기한 같은 정보들도 공부해야 했어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파는데 직접 사서 보면서 디자인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디자인하는 기간 동안 책상 위에 맥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회사에서 술 마시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어요. (웃음)

    실제로 우주맥주가 출시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편의점 매대에 전시된 제품을 '내돈내산'으로 샀어요. 에일 맥주라 도수가 높은 편인데 맛이 좋았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후기를 찾아봤는데 캐릭터도 귀엽고 맥주도 맛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보람을 느꼈어요.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작은 한걸음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방산회사가 보수적이고 디자인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일해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일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의 옷을 입을 수 있어서 모든 일들이 흥미로워요"

    '스원이' 캐릭터를 활용한 다른 상품도 나오나요?

    우주맥주를 출시하고 '스원이' 캐릭터를 서서히 알리는 중입니다. 티셔츠나 쿠션 같은 굿즈도 시험적으로 제작해보면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어요. 무엇보다 임직원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만큼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이 볼 때마다 친근함과 애사심을 느낄 수 있도록 친해지는 과정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방산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방산 회사가 보수적이고 디자인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일해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방산이라는 분야 자체의 특수성과 디자인을 서로 Win-Win으로 녹이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필요했어요. 분야가 분야인 만큼 어려운 부분은 많았지만 많이 공부하고 배우면서 디자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선배들과 특히 사수였던 사업전략팀 안정현 프로님이 계셔서 가능했어요. 방산과 디자인 이해가 부족했던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시고 함께 하나하나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업 수주를 위한 제안서 작업에서는 회사의 사업과 제품을 이해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었고, 우주맥주와 '스원이'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통해서는 회사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일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의 옷을 입을 수 있어서 모든 일들이 흥미로워요.

  •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레스토랑이나 팝업스토어처럼 브랜딩이 잘 되어있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공간을 많이 찾아다녀요.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공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디테일을 직접 보면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제 일에도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피규어샵을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포스터나 캐릭터 같은 개인 작업물의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실 스트레스를 크게 받기 보다 빨리 해내고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좋지 않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뭐 때문에 그랬지 잊어버리는 단순한 성격이라 그런가 봐요.

    2024년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올 한 해도 열심히 많은 일들을 재미있게 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스원이' 캐릭터가 회사 사람들은 물론 고객, 일반 대중들에게도 더 알려지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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