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늦은 것은 절대 없다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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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e o p l e 세상에 늦은 것은
절대 없다
이노와이어리스 컴플라이언스팀
임수향 매니저
글. 편집실 | 사진. 김재현

12년 동안 전업주부로 아이 넷을 키우면서 로스쿨 졸업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취업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책에서만 보던 슈퍼 우먼이 진짜 현실에도 존재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만나 본 임수향 매니저는 슈퍼 우먼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지만 큰 울림이 있는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사업을 위한 각각의 행위가 어느 정도 법적 위험이 있는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는 일이 컴플라이언스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사업을 위한 각각의 행위가 어느 정도 법적 위험이 있는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는 일이 컴플라이언스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 Q
    컴플라이언스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 2022년 4월에 이노와이어리스 컴플라이언스팀에 입사해 해외 법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주요 업무는 이노와이어리스 및 자회사 해외 계약서 검토/작성/협상, 해외 법 조사 및 보고, 특허 분쟁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관리 및 대응, 내부 법무교육, 해외 자회사 사규 등 규정 작성 및 검토 업무 등입니다.

  • Q
    예전 법무팀과 비교해 컴플라이언스 업무 영역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 기존 법무팀이 계약서를 우리 회사에 유리하도록 만들고 소송이 생기면 대응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면 요즘은 보다 적극적으로 법적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컴플라이언스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이 회사들은 대개 반부패, 환경, 노동, 기업 내 남녀평등을 포함한 거버넌스를 요구합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사들이 준법 감사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해요. 이런 요구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규, 위임 전결 규정, 내부 회계 시스템 등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감사업무까지 포괄해서 컴플라이언스팀 업무가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 Q
    특허 관련 소송을 경험한 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IT회사에게 특허 관련 분쟁은 숙명인 것 같아요. 가장 흔한 경우는 특허 괴물이라 불리는 NPE(Non Practicing Entity) 즉,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특허만 소유한 채로 특허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불특정 다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경고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연구원 분들과 특허를 조사하고 만약 사용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끔 개인이 우리 회사의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해프닝도 있어요.

  • Q
    업무를 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계약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아요. 계약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들이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숨어있습니다. 이를 잘 해석해 알려드렸을 때 기뻤습니다. 철옹성 같은 회사와 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특정 조항을 포함시켜야 하는 근거를 설명하고, 저희가 제안했던 조항이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포함이 되었을 때도 뿌듯했습니다. 우리 회사에게는 꼭 필요한 조항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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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
    저출산이 화두인 시대에 아이 넷을 키우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어렸을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법대가 아닌 경영학과를 추천하셨어요. 부모님 말씀을 거를 용기가 없어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 재무팀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유학을 계획하던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4일 후 캐나다로 함께 떠났어요. 처음에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는데 아이가 너무 예뻐서 한 명 더 낳고 싶어서 또 낳고 하다 보니 넷이 되었네요. (웃음)

  • Q
    12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면서 힘들지 않았나요?
  • 집에서 홀로 아기들을 키우는 게 참 쉽지 않았어요. 남편이 퇴근 후 많이 도와줬지만 낮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게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기 키우는 일은 최소 2인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크고 나면 뭘 할까 생각을 해 봤어요. 아이들이 적당히 크고 나면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 Q
    그렇게 로스쿨에 진학하게 된 건가요?
  •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세 가지 정도로 추리고 어떤 루트를 밟아야 하는지 알아봤어요. 그러던 중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포스터를 보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설명회에 가서 학교 설명을 들었더니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학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은 국내에 있는 25개 로스쿨과 다르게 미국 변호사를 양성하는 로스쿨입니다. 지원할 때 "아이 넷에 나이도 30대 후반인데 로스쿨에 입학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두려웠어요. 그러나 그걸 자기소개서에도 쓰고 면접 볼 때도 말씀드렸음에도 제가 합격한 걸 보면 나이와 네 아이의 엄마라는 점으로 차별하지 않는 곳이었음에 분명합니다. 그렇게 면접과 시험을 보고 합격 이메일을 받았을 때, 그리고 등록금 고지서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돈 내라는 말이 그렇게 감사하더라고요. (웃음)

  • Q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죠?
  • 아기 기저귀 갈아주다 수준 높은 수업에 들어가서 Jurisdiction(관할권), Mens rea(악의) 같은 어려운 단어로 수업을 들으니 인생이 너무 달라져서 감격스러웠어요. 공부가 어려웠지만 배움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어요. 물론 수업이 끝나면 유치원 귀가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집으로 가서 산더미처럼 쌓인 가사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봤죠. 늦게 시작한 만큼 공부도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부에 더 시간을 못 내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몰려올 때면 반대로 이 나이에, 이 상황에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주어진 게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감사와 낙망 사이를 왔다 갔다 했어요. (웃음)

  • Q
    그 어렵다는 미국 변호사 시험도 한 번에 붙으셨다고요?
  • 2021년 12월에 로스쿨을 졸업하고 22년 2월 미국에 가서 미국 변호사 시험을 봤습니다. 로스쿨에 다니면서 부족한 시간에도 집중해서 공부했던 것이 성과가 있었는지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려웠는데 "차라리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라고 마음먹어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Q
    미국 변호사 취득하고 바로 취업까지 성공했습니다.
  •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나이도 많고 경력 단절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만에 이노와이어리스에서 뽑아 주셨어요. 면접에서 팀장님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부한 것을 좋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회사에서 채용해주신 것도 감사하고 육아기 단축근무 같은 편의를 봐주셔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어요. 늦더라도 시작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어요. 늦더라도 시작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people01 이미지 임수향 매니저 가족. 남편 김재원 님. 둘째는 중학교 2학년, 셋째는 초등학교 4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첫째는 고등학생이라 이날 함께 하지 못했다.
  • Q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 가족들의 희생과 지원 속에서 공부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서야 된 걸까?",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걱정도 많이 했고요. 돌아보면 저는 20대 때 실패를 참 많이 했어요. 경영학과를 가라는 부모님 말씀을 거르지 못한 내 자신이 미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 그 시절 나를 만나면 "괜찮다. 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네가 원하는 자리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Q
    나의 내면에 색깔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아이를 키우고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40대가 되었지만 저의 내면은 초록색이면 좋겠습니다. "겉사람은 낡아지지만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사람의 외모는 늙음을 피할 수 없지만 내면은 계속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겉으로 보면 낙엽이 지고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내면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초록잎이고 싶어요.

  • Q
    나중에 자서전에 제목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고 싶은가요?
  • "세상에 늦은 것은 절대 없다"라고 하겠습니다. 로스쿨 입학하기 전에 "세상에 늦은 것은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상에 늦은 것은 절대 없다"라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어요. 늦더라도 시작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Q
    자서전의 시작은 어떤 문장으로 하면 좋을까요?
  • "충분히 좋은 아내였고, 충분히 좋은 엄마였고, 충분히 좋은 회사원이었다." Good enough 라는 표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Super good이나 Very good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분히 괜찮은 사람으로 살다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Q
    올해 일과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 하루 하루의 일에 나의 지혜와 힘과 마음을 다하는 삶. 그것보다 더 지혜롭게 인생을 사는 방법을 저는 아직 못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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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시절 나를 만나면 지금 그 시절 나를 만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