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증의 재발견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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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원증의 재발견 사진에 스며든 각자의 이야기 글. 편집실 | 사진. 눈픽쳐스

직장인들은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생각할 정도로 '집에 가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취준생들에겐 입사만큼 간절한 게 없습니다. 직장 생활 관련 설문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로망은 '사원증 걸고 다니기’입니다.
보안이 중요한 방산회사에서 사원증은 단순한 신분증이 아닌, 회사 시스템 및 정보 접근 권한을 담당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누군가에겐 로망, 누군가에겐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지는 사원증,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쾌함으로
사원증을 다시 보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종이비행기에는 어떤 사연이 홍다선 선임연구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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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사업연구소.유도무기체계설계단.성능분석팀에서 유도탄 체계성능 분석과 유도조종 알고리즘 설계를 하는 연구원입니다. 최근에는 유도탄 비행제어기법 설계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종이비행기는 어떻게 들고 찍게 되었나요?

    입사 준비할 때 신규 입사자 사진 제출 가이드를 주셨거든요. 예시 사진처럼 비슷하게 해보려고 주먹도 쥐어 보고 따라 했는데 모델이랑 비슷한 느낌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손에 뭔가 들고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제가 유도무기 쪽이니까 '유도탄을 종이로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걸 다 까먹은 거죠. 다 까먹고 셀프사진관에 촬영하러 가서야 '아 맞다! 그거 하기로 했는데’라고 생각이 나는 거예요. 뭐가 없을까 하다가 가방을 봤는데 종이가 있어서 접었어요. 그게 아마 졸업 증명서였던 것 같아요.

    졸업 증명서로 종이비행기를 접다니 예사롭지 않은데요. 콘셉트를 생각하고 가셨네요.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갔어요. 근데 계획대로는 되지 않았죠. 유도탄으로 찍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는데 종이비행기가 오히려 감성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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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가 혹시 어릴 때 꿈과 이어지나요?

    꿈이 자주 바뀌기는 했는데 항공우주, 항공기 이런 엔지니어링 쪽으로 오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전공도 항공우주공학이라 전공을 살려 입사를 했어요.
    지금 하는 업무도 전공과 거의 유사해요. 대학원 때 했던 설계나 분석을 지금도 하고 있고, 어릴 때도 이런 일들을 바랐던 것 같아요.

    종이비행기 들고 있는 사원증을 본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종이비행기가 작아서 잘 안 보이거든요. 가끔 관찰력 좋은 분들이 보고서 '손에 들고 있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긴 해요. 그럼 또 썰을 풀어드려요. (웃음)

    어떻게 셀프 사진관에서 찍을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다 그렇게 찍는 줄 알았어요. 예시로 나온 사진도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처럼 화질도 좋고 잘 나와 있길래 '스튜디오 같은 데서 찍으면 되나 보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뒤쪽 배경이 없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배경 있는 곳보다 뒤 배경을 제한적으로 해주는 곳에서 찍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셀프사진관에서 찍었죠.

    만약 사원증 사진을 갱신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다른 콘셉트가 있는지 좀 궁금해요.

    지금 사원증 사진이 아쉬운 점이 있어요. 비행기도 티 나게 찍고 싶었는데 잘 안보이기도 하고 표정도 조금 아쉬워요. 만약 갱신 가능하다면 다음번엔 유도무기를 만들어서 찍고 싶네요.

사원증의 고양이가 범상치 않은 이승운 선임연구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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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이버전자전개발단.1팀 이승운 선임연구원입니다.

    어떻게 고양이와 함께한 사진을 사원증으로 하게 되었나요?

    사진은 집에서 어머니가 찍어 주셨는데 처음에는 다들 하듯이 팔짱도 끼고 기본적인 포즈로 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때 고양이 '계피’가 문 열고 들어오길래 같이 찍었어요. 어머니가 '설마 그걸로 할 거야?’라고. (웃음) 사원증 사진을 제출할 때 두가지 안을 보냈는데, '계피’를 안고 있는 1안으로 해주셨어요. 2안은 평범하게 팔짱 끼고 있는 사진으로 기억해요.

    고양이가 정면을 안 봐서 시선을 맞춘 건가요?

    여러 컷을 찍다 보니 하나 잘 걸린 것 같아요. 뽀뽀하고 있는 것도 있고 B컷들이 많아요.

    스쳐봐도 고양이가 먼저 보이는데 혹시 사원증을 본 분들 중 기억에 남는 얘기 있을까요?

    누가 본체냐고 물어보신 분이 있었어요. 이름도 절묘한 위치에 있어서(웃음) 처음엔 오히려 걱정이 너무 많았어요. 책상 파티션에 각자 사진과 이름표를 부착해 주잖아요. 팀에서 이걸 인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무실에서 보고 뭐라고 할까? 여러가지로 걱정됐는데 아무 말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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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피’를 본가에서 키웠으니까 혹시 반려동물 입양 계획이 있나요?

    저희 집 앞에 애견샵이 있거든요. 그래서 퇴근할 때마다 거기서 보고 대리충족하고 집에 가요. 제가 챙겨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혼자 집에 두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계피도 잘 챙겨주진 못했어요. 서로 샌드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티격태격해요.

    사원증 때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경력기술서에는 기본으로 사원증 사진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제안서 증빙용으로 쓰고 출력하는데 고양이 안고 있는 사진이 딱 박혀 있어서 당황했어요. 그 후에 경력기술서용 사진은 따로 변경할 수 있어서 바꿨던 기억이 나요.

    만약 사원증 사진을 갱신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다른 콘셉트가 있는지 좀 궁금해요.

    그때 고민해 봐야겠죠. 새로운 아이디어로 찾아 뵙겠습니다.

    앞으로 사원증을 찍게 될 신입사원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제출가이드를 보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라고 적혀 있거든요. 그래서 신입사원들이 다양한 포즈와 아이디어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개방적인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계기로 업무협의 할 때 다른 팀원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꽃향기가 날것 같은 사원증을 지닌 김소연 선임연구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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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일을 하시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PGM통제기술연구소.4팀 김소연 선임연구원입니다.

    어떻게 꽃을 든 사진을 사원증 사진으로 하게 되었나요?

    실은 제주도에서 찍은 결혼 스냅 사진이에요. 유채꽃밭에서 찍었는데 사진작가님이 유채꽃 들고 찍으면 더 예쁠 것 같다고 추천해서 주변에 있는 유채꽃을 들고 찍었어요. 사원증 사진으로 쓴 건 제가 합격하고 얼마 안 돼서 사진을 요청받았는데 당시에 찍을 사정이 안됐어요. 그래서 남편이랑 찍은 사진에서 남편을 포토샵으로 지웠어요.

    포토샵 실력이 상당한데요?

    원본은 남편이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손도 지우고 옷도 어깨가 드러나서 포토샵으로 살짝 올렸어요. (웃음) 당시 사원증 나눠 주던 담당자분이 사진을 보고 '특이하시네요’라면서 주기는 했어요.

    사원증을 보고 주변에서 어떤 얘기를 하나요?

    요즘도 주변 분들이 그러는데 '이 사람 언제 입사하냐’고 '아직도 입사 안했냐’고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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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원증을 착용했던 첫 출근날이 기억나시나요?

    네. 그날은 정말 기억이 또렷해요. 처음 회사 로비에서 사원증을 받고 엄청 설렜어요.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이름만 적힌 사원증이거나 사원증 없이 지문인식으로 처리했는데, 처음으로 제 얼굴이 있는 사원증을 착용하니 정말 설레고 긴장도 됐어요. 처음에 신입사원 인도할 때 팀장님이 오셨는데, 면접 때와 다른 인상 때문에 저를 못 알아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면접때는 렌즈를 끼고 봤었는데 첫 날에는 안경을 끼고 있었거든요!
    저라고 말씀드리고 팀장님과 같이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사무실 들어갈 때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두근거림과 걱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행히 팀원 분들 모두 반갑게 맞아 주시고,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던 첫 출근이었습니다.

    만약 사원증 사진을 갱신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지금 사원증 사진을 그대로 유지할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오히려 만족하고 있어요.

    사원증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아까 홍다선 선임연구원이 셀프사진관에서 촬영했다고 했잖아요. 그거 괜찮은 것 같아요. 포즈나 소품을 활용해서 찍으면 어색함도 덜 할 것 같고 좋은 것 같아요. 저희 팀에도 한 분이 셀프사진관에서 찍은 것 같은데 엄청 자연스럽고 너무 예쁘게 나왔더라고요. 잘 나온 사원증을 보면 본인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양이 '누누’ 와 '나나’ 아빠, 이윤수 연구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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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일을 하시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PGM기계융합연구소.2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윤수 연구원입니다.

    어떻게 고양이와 찍게 되었나요?

    와이프가 집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책상에 올라와서 '야옹’하는 거예요. 꼬리를 바짝 세우면서요. '너도 찍고 싶어?’하면서 안아줬는데 딱 이 포즈가 나왔어요. 너무 귀엽고 예쁘게 찍혀서 바로 제출했어요.

    사원증에 나온 고양이는 이름이 뭔가요?

    사원증의 고양이는 '나나’고 지금은 두 마리를 키워서 한 마리는 '누누’예요. 첫째 '나나’의 이름을 따서 둘째는 '누누’로 지었어요. '누누나나’라고. (웃음) '나나’가 새끼였을 때 임시 보호하다가 입양을 하게 됐는데 사원증 사진 제출이 그쯤이었어요. 아마 1년도 안 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커서 돼냥이가 된 '누누’와 최근 이사한 새 집에서 적응 잘하고 같이 잘 놀고 있습니다.

    사원증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도 입사했을 때 선임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어요. 사무실 책상에 이름표를 만들어 주잖아요. 양면인데 하나는 제대로 된 사진으로 인쇄해주고 하나는 고양이만 확대해서 인쇄해 주신 거예요. (웃음) 마침 제 맞은편 자리가 비어 있어서 확대한 고양이 사진만 저한테 보이게 바꿔 놨어요. 매일 보면서 '아빠가 돈 벌어올게’ 아빠가 '츄르 값 벌어올게’ 하죠. 선임분들이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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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는 어떤 계기로 키우게 된 거예요?

    예전에 제가 자취했을 때 집 주변에 길고양이들이 있어서 간식을 많이 챙겨줬어요. 원래 저는 강아지 파였거든요. 본가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요. 근데 겨울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길에서 눈을 맞고 있더라고요. 불러봤는데 제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거예요. 신기한 경험이라 와이프에게 이 얘기를 하니까 고양이에게 간택 당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는 간택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그 후에 고양이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와이프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입양을 생각했어요. 첫째 '나나’는 임시 보호하면서 정이 들어 입양을 하게 됐고, 한 마리는 심심할 수 있어서 둘째 ’누누’까지 입양하게 됐어요. 이제는 고양이들한테 제가 아빠라는 느낌이어서 퇴근하고 오면 마중도 나오고 애교도 많아서 진짜 자식 보는 기분이예요.

    만약 사원증 사진을 갱신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 지 궁금해요.

    '누누’도 같이 데리고 찍어야죠. 이제 두 마리가 다 커서 안기는 걸 좋아할지 모르겠는데 아마 여러 시도 끝에 두 마리와 함께하는 사진을 도전해 보고 싶네요.

    앞으로 사원증을 찍게 될 신입사원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사원증이 제 얼굴이잖아요. 내가 고양이를 안고 찍으면 고양이를 좋아하고 비행기를 들고 찍으면 항공을 좋아하는 걸 알 수 있는 것처럼 함축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계기로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알아갈 수도 있고 대화하기도 편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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