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의 열정은 Creator라는 자부심에서 나온다 - THE SSEN LIG

Power Interview

25년 동안 전자전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수행해온 이왕용 연구위원이 그동안의 연구실적과 활동을 인정받아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됐다. 2018년 6월에 KF-X EW Suite 개발사업으로 사보에 출연한 적도 있는 이왕용 연구위원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 그간의 근황과 생각들을 들어봤다.

LIG넥스원 전자전 분야의 산 역사

공군 대위로 전역하고 1995년에 입사해서 이왕용 연구위원이 걸어온 길은 LIG넥스원 전자전 분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정용 전자전체계 SONATA부터 항공용 전자전체계 ALQ-200까지, 장치설계, 체계시험, 환경시험, 규격화 업무, 초도품 납품과 전력화 시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자전 분야의 핵심기술인 DRFM(Digital RF Memory)기술, 광대역반도체 위상배열 송신기술 개발 사업책임자에도 그의 이름 석 자가 적혀 있다.

MTB-EWT라는 다목적 전자전 시험함 체계개발 PM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X의 통합전자전체계인 EW Suite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탑재 전자전 장비는 적 레이다나 미사일을 교란시켜 항공기와 조종사의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필수적인 무기체계입니다. EW Suite는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전자전 무기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복합무기체계로 소형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KF-X EW Suite는 기본설계검토회의(PDR)와 상세설계검토회의(CDR)를 거쳐 시제 제작을 완료하고 현재는 초가속수명시험(HALT, Highly Accelerated Life Test)과 인증시험(Qualification Test)을 진행하고 있다. 내장형으로 탑재되는 EW Suite는 사업관리부터 주장비 개발, 체계종합, 종합군수지원에 이르는 과정을 업체주관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LIG넥스원의 전자전 역량을 총결집해서 수행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Creator

이왕용 연구위원은 KF-X EW Suite 연구개발과 광대역 반도체 위상배열 송신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GaN 증폭기 개발, 광대역 레이돔 설계 등 전자전 분야 기술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작성해 발표했는데 성과를 인정받아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는 경사를 맞았다. 세계인명사전은 분야별로 연구실적과 국제적 활동을 고려해 후보를 선정하고 경력기술서를 검증해서 등재가 결정되거나, 기존 등재 인물들의 추천을 받아서 결정되기도 한다.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출판사에서 펴내는 후즈후 인 더 월드(Who’s Who in the World)’와 ‘후즈후 인 더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Who’s Who in the Science and Engineering)’이 가장 유명하다.

“먼저 등재하겠냐고 연락이 왔고 몇 가지 절차들을 밟아서 올라가게 됐습니다. 같은 팀의 문효상 수석연구원도 등재됐는데 제 공로보다 팀원들의 노력 덕분에 등재됐다고 생각합니다.
사내에도 등재된 분들이 몇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연구하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라서 기쁘고 뿌듯합니다.”

이왕용 연구위원은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Creator라고 생각한다. 흔히 문화와 예술 관련 창작자들만 Creator라고 보기 쉽지만 연구원들도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기에 Creator라 불러도 손색없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과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이것저것 시도한 끝에 마침내 문제를 해결해 냈을 때의 쾌감이 연구원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열정과 의욕은 ‘관계’가 지켜준다

열악한 환경에서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고 격오지에서 시험을 수행하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부족하지만 연구원들이 모든걸 감수하는 이유는 Creator라는 자부심과 자주국방에 기여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러나 방산비리라는 색안경을 끼고 방위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할 때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

“우리나라 방산 연구개발 종사자들은 선진국 대비 50%도 안되는 적은 개발비용으로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가진 장비를 만들어낼 만큼 능력이 뛰어납니다. 전력화 이후 소요군이 실제 현장에서 운용할 때도 선진국 장비보다 좋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방위산업에 종사한다고 하면 방산비리를 먼저 떠올리고 연구원들을 의심하고 매도할 때면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이런 여건들을 고려해서 회사에서라도 연구원들을 항상 보듬고 격려해주기를 바랍니다.”

이왕용 연구위원은 연구개발 업무는 물론 모든 회사생활의 기본이 관계에 달려있다고 했다. 팀원과 선·후배, 고객과의 관계가 원활해야 사업도 잘되고 열정과 의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입사 후 25년 동안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한 것이 연구원에서 사업책임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사업책임자라면 사업관리, 기술, 장비운용, 정비 등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저는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와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 당연히 사업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고민해보면 꼬여 있는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易地思之입니다 각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팀원, 팀장의 입장에서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고 이해하면 즐거운 일터에서 웃으며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왕용 연구위원은 본인의 단점으로 칭찬을 잘 못한다는 걸 들었다. 하지만 팀원이나 후배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면 느끼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들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오랜 세월 축적해온 이론과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강의를 해볼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구개발이라는 일 자체를 사랑하는 천생 연구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KF-X EW Suite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에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 레이더 신호를 조기에 탐지, 식별해 경보해주는 RWR(Radar Warning Receiver), RWR이 탐지한 위협을 통합관리하고 대응장비를 제어하는 EWC(Electronic Warfare Computer), 채프탄이나 플레어탄을 발사해 항공기의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CMDS(Counter Measure Dispenser System), 잡음 및 기만 재밍 신호를 방사하는 RF Jammer까지 4개의 구성품으로 이루어진다.

  • Marquis Who’s Who

    마르퀴즈 후즈후는 세계 각국의 의학, 생명공학, 화학, 전기전자공학, 도시공학, 환경공학, 정보통신공학 등의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활동중인 사람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검토해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전문가들 중에서 선발,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세계에서 3% 정도가 선정된다. 마르퀴즈 후즈후는 국제인명센터(IBC), 미국인명정보기관(ABI)과 함께 세계 3대 인명사전을 발행하는 기관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