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 NOW ]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 연구개발사업으로 불려온 한국형 전투기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가 4월 시제기 출고(Roll-Out)를 앞두고 있다. LIG넥스원은 KF-X 임무 수행 시 전투기와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여주는 핵심장비인 통합전자전체계 개발을 담당했다. 항공전자전 분야에서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모두 담아낸 KF-X 통합전자전체계를 소개한다.
KF-X를 지키는 전자방패,
통합전자전체계
KF-X에 탑재되는 통합전자전체계(EW Suite)는 적 레이더, 미사일 탐색기 신호를 탐지·분석하고 방해·교란 전자파를 내보내거나 채프(Chaff), 플레어(Flare) 등 전자전 탄을 살포해 적의 위협을 교란, 기만함으로써 전투기와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이는 최첨단 장비이다.
통합전자전체계는 각각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전 장비들을 하나로 통합한 복합 무기체계로 구성장비 통합운용과 위협신호 탐지 및 식별을 담당하는 ‘EWC(Electric Warfare Computer)-RWR(Radar Warning Receiver) 제어기’, 적 레이더와 미사일, 대공포 고주파 위협에 대응해 고출력 전자방해 전파를 방사하는 ‘RF Jammer’, 채프와 플레어탄을 살포하는 ‘CMDS(Counter Measure Dispenser System)’로 구성된다.
첨단 기술 집약체인 전투기의 생존성을 좌우하는 항공전자전 장비는 선진국에서도 기술 이전을 극도로 꺼리는 비닉성 무기체계라서 국내 기술 기반으로 개발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였다. 최신형 항공기들은 기동성과 스텔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체계들을 내장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추세이다. 빠르게 기동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투기에는 AESA 레이더를 비롯해 첨단 항공전자장비들이 탑재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다른 장비들 간에 상호 간섭 없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연동설계가 가장 중요했다.
고성능, 유기적인 연동,
소형·경량화
LIG넥스원은 전투기 외장형 전자전 장비(ALQ-200)를 비롯해 육·해·공군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전자전 장비 개발·양산·성능개량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산·학·연·군 각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설계·제작안을 구현했다. 통합전자전체계 두뇌에 해당하는 비행 운용 프로그램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으며 주요 기능 결함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백업 기능을 활성화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EWC-RWR, RF Jammer, CMDS를 하나로 통합했지만 전투기의 다른 체계들과 간섭없이 유기적으로 연동해 성능을 발휘한다. 핵심 부품은 카드 형태로 설계, 제작해 전투기의 제한된 공간에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경량화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 제작됐다.
KF-X에는 통합전자전체계 외에도 비행에 필수적인 전방표시장치 HUD(Head Up Display), 탑재형 훈련장비 ETU(Embedded Training Unit), 비행기록장치 FDR(Flight Data Recorder) 등 LIG넥스원이 개발한 항공전자장비도 탑재된다. FDR은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비행기록장치로 KF-X에는 사고조사 데이터 외에도 수명관리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능이 추가됐으며, 개발 과정에서 한층 강화된 규격을 만족시키며 생존성 시험과 극한환경 시험을 통과했다.
장착 준비 차질 없이
진행 중
LIG넥스원은 지난해 통합전자전체계 시제품 개발과 납품을 마무리했다. 다가온 시제기 공개를 앞두고 체계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방위사업청,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긴밀한 협력 아래 체계종합과 연동 성능 검증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KF-X 개발 일정에 맞추어 시험평가 및 규격화를 거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양산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합전자전체계는 최신 전자전 장비에 적용하는 통합형 구조, 확장형 설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디지털 재밍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선진국에서 운용 중인 최신 장비들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을 갖췄다. 개발이 완료되면 미래 전장에서 KF-X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정예전력으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전자전 분야 국방R&D 역량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첨단 무기체계인 만큼 향후 수출 가능성 타진과 더불어 전자전·항공전자 분야 기술 파급효과로 방산업계를 비롯한 국가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INI INTERVIEW
DT와 OT도
한 발 앞서 준비합니다
LIG넥스원 전자전연구소
KFX-EWS PM팀 이성의 수석연구원
이성의 수석연구원은 KFX-EWS PM팀으로 체계성능개선과 수락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통합전자전체계 구성품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통합시험을 진행하고 최종 납품에 이르는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각 구성품들이 요구사항대로 제작되었는지 검증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통합하고 시험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입사 이후 전자전 분야를 계속해왔는데 그동안 주로 전자전을 지원하는 ES(Electronic Warfare Support)를 했습니다. 통합전자전체계는 EA(Electronic Attack)와 ES가 종합된 고성능 장비로 수신부터 재밍까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습니다. 전자전 분야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체계개발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참여할 수 있어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각 사업장에서 완성된 구성품들을 모아서 체계를 종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군수지원요소까지 꼼꼼하게 검사하고 시험하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하나하나 해결해야 했다. 이성의 수석연구원은 야밤에 전화를 해도 선뜻 받아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 개의 장비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장비를 하나로 합치는 일이다 보니 정보 공유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각지에 흩어져 있어서 모이기 쉽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으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준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의 수석연구원은 ‘생각할 수 있는 환경’과 ‘평등한 관계’가 SMART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나면 혼자 속보로 산책을 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향후 예정된 개발시험평가(DT)와 운용시험평가(OT)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미리 해결책을 준비하는데 차분하게 집중할 계획이다.
방산을 넘어
민수 진출도 기대합니다
LIG넥스원 항공드론연구소.
2팀 김준형 수석연구원
김준형 수석연구원은 KF-X 전투기에 장착되는 비행기록장치(FDR, Flight Data Recorder)의 시스템과 하드웨어 설계를 담당했다. LIG넥스원 항공드론연구소는 항공기 탑재장비 기술 표준품 형식승인(KTSO)을 획득한 다기능 디스플레이 MFD(Multi Function Display)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CPMM(Crash Protected Memory Module) 제조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비행기록장치 개발 규격이 개정되면서 CPMM 장비도 새 규격에 맞춰 생존성 시험과 극한환경 시험을 수행하느라 국내와 미국 시험기관을 오가면서 시험을 진행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조립장에 갔을 때 KF-X 실물을 직접 보니 우리가 큰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LIG넥스원이 개발한 비행기록장치는 수리온과 중고도 무인기 등에도 적용되었으며 이번에 개정된 규격까지 시험을 완료했다. 하드웨어 수정 없이도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이 가능해서 방산은 물론 민수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항공드론연구소는 항공전자 장비만을 계속해서 개발해온 연구소입니다. 항공기에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이해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항공전자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만큼 장비의 소형화에 집중하면 민수 시장 진출과 수출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준형 수석연구원은 개발 과정에서 만났던 조직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모두 달랐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했다. 정답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없겠지만 SMART한 생각과 SMART한 결과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LIG넥스원 전자전연구소.
1팀 김성훈 선임연구원
김성훈 선임연구원은 RF Jammer의 디지털 수신기 개발을 담당했다. RF Jammer는 적 레이더, 대공포,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면 재밍 신호를 내보내서 적 레이더를 교란하거나 아군의 각도, 속도, 거리를 기만해서 적 레이더 및 미사일을 가상의 목표물로 유인한다.
“사실 전자전 분야는 일반 사람들에게 설명이 어렵다 보니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어도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이제는 KF-X에 제가 개발에 참여한 장비가 실려 있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랜만에 처음 입사 면접 봤을 때 설렘을 다시 느꼈어요. (웃음)”
RF Jammer는 다양한 하부 구성품들이 연동되기 때문에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각 담당자들과 소통을 통해 오류를 잡아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내 업무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부분까지 생각해서 최종 결과를 함께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통합전자전체계도 유기적으로 연동되어야 하는 것처럼 하부 구성품들도 서로 연동돼야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연결하는 과정은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연결되는 다른 부분까지 고려해서 접점을 찾아야 문제가 해결되더라고요.”
김성훈 선임연구원은 SMART하게 일하려면 일과 분리되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점심 먹고 친한 동료와 산책을 하는 동안에는 서로 일 얘기를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사는 얘기, 관심있는 주제들을 얘기하면서 마음을 가볍게 하는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된다. 바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볼 때도 있지만 피곤하더라도 4살 된 딸과 놀아주는 시간도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